오래전에 썼던 글을 PC 정리하다가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는데, 혹여 도움이 되실 분이 계실까 싶어 남겨봅니다. ^^
2013년 봄에 처음 분당의 한 루어 전문점에 무턱대고 들어가 루어낚시장비를 구매하여 시작하였다. 정말 루어낚시가 무엇인지, 어떤 고기를 대상어로 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릴때 아버지와 같이 대낚시를 여러 차례하면서 느낀 낚시에 대한 동경이 발길을 이끈 것 같다.
2015년 봄, 이제 만2년,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드는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필자가 처음 루어낚시, 그 중 배스낚시에 빠져들면서 궁금했던 것 중 아홉가지 궁금증을 선별하여 그 답변을 써보고자 한다.
1. 왜 용어가 다 영어인가?
처음 배스낚시에 접하면 모든 용어가 낯설다. 로드와 릴은 그렇다치자. 루어(가짜 미끼), 스팟(배스가 있는 곳), 브러쉬(수풀), 브레이크라인(경계선과 유사), 크랭크베이트(괴상한 물고기 모양의 미끼), 미노우(물고기 모양의 미끼), 베이트피쉬(먹이감이 되는 작은 물고기), 훅아이(바늘귀), 훅킹(입질이 있을 때 로드를 당겨 배스 입에 바늘을 끼는 행위) 등등… 아름다운 우리나라말도 있는데, 너무 한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절로든다. 게시판의 글을 봐도 사전 찾아가며 봐야하나 싶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실익도 많은 것인 사실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루어낚시는 서양스럽게도 고도의 전문화와 세분화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있다. 모든 언어들이 1:1로 그 개념이 동일하지 않듯이 루어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의 뜻을 하나하나 영영사전에서 영어 단어 찾듯이 알아가다보면 한글로는 표현이 되기 어려운 것들, 또는 그렇게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브레이크라인이라는 말은 개념이 아주 중요한데, 어떤 것이 연속성을 가지고 변하지 않다가 갑자기 변하는(깨지는) 그런 것을 브레이크(break)라는 말로 사용한다. 우리말로(사실은 한자어지만) 경계선이라는 말이 가장 유사할 수 있는데, 경계선과 대등한 영어단어는 boundary이다. 즉, breakline과 boundary는 미묘한 차이가 있기때문에 경계라는 표현보다는 브레이크라인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의미가 있다. 또한, 배스낚시는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발달이 되어 있어 많은 자료들이 외국어로 되어 있기때문에 그냥 영어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익혀놓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 수십개정도 단어 외우면 대부분 커버가 되니 지나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물골, 곶부리, 골창 등 좋은 우리말도 많이 쓰이는 말이다.
2. 왜 많은 로드를 들고 다니는가?
간혹 낚시하러가면 작게는 2~3개에서 많게는 6-7개의 로드를 들고 다니는 앵글러를 볼 수 있다. 초보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 저게 다 필요한건지, 자랑하려고 그러는건 아닌지…궁금하기 짝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만, 배스를 잡고 싶다는 욕망과 열정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장비를 보유하게 만든다. 일단 로드를 보면 아주 가늘고 낭창거리는 Ultra light(보통 울라대라고 애칭으로 부른다) 휨새를 가진 로드가 있다. 이것의 용도는 아주 작고 가벼운 웜을 물속 중간에서 죽어가는 배이트피쉬 흉내를 내기 위한 미드스트롤링이라는 기법을 사용하기 위해 많이 쓰인다. 이건 수초가 많은 곳에서는 수초에 걸려 무용지물이다. 수초나 연밭 등의 아래는 배스가 은신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이므로 배스가 많이 있다. 이런 곳에서는 Heavy 대 이상의 두껍고 강한 로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꼬리가 달린 쉐드웜이라는 웜이나 개구리모양의 웜을 바늘에 껴서 수면 위를 빠르게 지나가면 아래 숨어 있던 배스들이 이를 보고 덤벼드는 버징(또는 벌징)기법의 낚시를 하게 된다. 수면위로 강한 소리를 내며 공격하는 배스를 잡았을때 라인이 수초에 감길 수 밖에 없는데 이를 꺼내려면 강한 로드로 수초를 끊어낼 수 있는 힘으로 당기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싱커를 달지 않아 노싱커라고 부르는 채비법은 보통 Light 또는 Medium Light 휨새를 가진 로드를 사용하는데, 헤비로드로는 다루기가 어렵다. 어떤 채비를 써야 배스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거나, 또는 필드 지형이나 상황을 잘 모를 때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장비를 들고 다닐 수밖에 없다. 필드를 잘 알거나, 하나의 채비로만 잡고 싶을 때는 물론 예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초보때 많이 듣는 이야기로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고수는 스피닝 로드 하나로 뭐든지 한다고 하는 말을 듣곤 하는데, 이는 피아노 건반 하나로 모든 음악을 소화할 수 없듯이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고수는 하나의 장비로 좀 더 다양한 기법을 구사할 수는 있지만, 울라대로 수초를 감은 배스를 꺼내는건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다. 고수가 되면 자신의 스타일이 서게 되고, 필드를 잘 알기때문에 한두개의 로드로도 충분히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때문에 편의상 적은 채비로 할 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추가적으로 보팅을 하게되면 많게는 10개 이상의 로드를 들고 나가는 경우도 흔한 편이다. 장비는 무턱대고 구색을 맞추는 것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필요를 알고,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구비해도 늦지 않다.
3. 비싼 릴은 모가 좋은 거지?
배스용 릴은 만원대의 릴부터 백만원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물론 수백만원짜리 릴도 존재하지만 그건 콜렉션을 취미로 하는 사람의 몫이니까 예외로 한다. 릴은 던지고 감는 것이 주요 기능이기때문에 던지는데 무리가 없고 감는데 무리가 없으면 된다. 대부분의 릴들은 이러한 기능에 무리가 없기때문에 자신의 주머니사정과 쓰임새를 고려하여 선택하여도 무방하다. 비싼릴은 기계적인 완성도가 조금 더 높을 뿐이다. 정교한 설계에 따른 부드러운 릴링감을 주고, 고기가 물고 달아날때 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드렉이 정교하다. 그리고 가볍고 튼튼한 소재로 만들어져 피로도가 적고 편의성을 제공한다. 초보때 멀리 베이트릴을 던지는 사람이 한번씩은 부럽게 느껴질텐데, 십만원정도 넘는 릴이라면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으므로 비싼릴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실제 조과차이도 거의 없다. 비싼릴은 약간의 추가적인 완성도에 따른 자기만족이 크다. 점차 장비에 대해 알게 될 수록 특수한 경우에 적합한 전문적인 장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 그 작은 차이가 필요하다고 느낄정도의 열정과 실력을 겸비하면 그때 구입해도 늦지 않다. 대략 중국산 한두번쓰면 고장나는 릴만 아니면 된다. 그리고 참고로 배스낚시를 하다보면 릴보다 중요한건 배스의 조과와 훨씬 연관이 큰 바늘과 라인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그 다음이 로드, 마지막이 릴이다.
4. 어떻게 하면 멀리 보낼 수 있을까?
처음 시작하면 비거리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필자 역시 그러했다. 각종 커뮤니티게시판에 빠지지 않는 질문이기도 하고, 비싼 릴을 구매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비거리는 어느 정도 이상이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적당히 멀리 (3-40m정도?) 보내는 것 이상 보낸다고 배스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지 않다. 물론 내 비거리가 30m인데 하필 40m 앞에 좋은 포인트가 있다면 아쉬울 수는 있지만 배스는 그 곳에만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낚시를 하는 대회에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멀리 보내면 남들이 공략하지 못하는 곳을 공략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긴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그리 자주 있는 경험은 아닐 것이다. 비거리를 많이 보내는데 영향이 큰 것 순으로 나열한다면, 캐스팅실력 > 적정 릴 세팅(브레이크세팅) > 루어무게 > 로드길이(탄성) > 라인두께 > 릴 등의 순서이다. 캐스팅연습은 비거리가 주가 아니라 정확도다. 원하는 포인트에 정확히 넣을 수 있는 것이 비거리보다 훨씬 중요하고, 정 비거리를 늘리고 싶으면 후려치는 캐스팅보다는 가볍게 로드 탄성을 이용하여 밀어치는 것을 연습하고 위의 영향도 순으로 준비하면 되겠다.
5. 보팅을 하면 많은 배스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대체로 워킹을 통해 처음 루어낚시를 접하기 때문에 자신이 갈 수 없는 곳에 가면 마치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같은 환상에 사로잡힌다. 보팅을하면 원하는 포인트에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막강한 장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안은 배스가 가장 선호하는 장소이기도 하거니와 많은 커버와 장애물이 존재하는 곳이기때문에 보팅을 하면서도 연안을 공략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처음 보팅을 할 때 생각만큼 조과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배타고 나가도 배스가 있는 곳을 모르면 결과는 똑같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막막하기 쉽상이다. 보팅은 워킹과 달리 앵글러의 자유도가 확 늘어난다.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된다. 그만큼 포인트 선정과 필요한 스킬이 더 많이 요구되므로 많은 경험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시간을 투자할 수록 배스낚시의 매력은 보팅을 통해 얻게 될 것이라 말하고 싶다.
6. 도대체 어떻게 해야 배스를 잡을 수 있는거지?
가장 어려운 질문이고, 그 만큼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고수와의 동출이다. 필자는 1년간 혼자 다녀보았지만 고수와의 하루 동출에서 얻은 것이 훨씬 많다. 고수는 언제 어디서 배스를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날씨, 기압, 수온, 장소, 루어의 색깔, 종류 등 수없이 많은 변수의 조합으로 배스를 결국 잡아내는 사람이기도하다. 저 많은 변수를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순 없더라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값진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일테다. 그냥 아무데나 던지고 운에 맡기는 낚시를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정말 재미있는 배스낚시의 묘미를 느끼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예측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의도와 맞아 떨어졌을때의 쾌감은 운좋게 걸린 런커보다 큰 기쁨을 주게 될 것이다.
7. 잡은 배스를 놔줘도 되는가?
국내법 상 배스는 외래어종이고 퇴치대상이다. 배스를 잡은 곳이 아닌 다른 곳에 풀어주면 불법행위가 된다. 배스를 잡아서 뼈와 살을 발라 쓰레기봉투에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방법이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보질 못했다. 생명체의 소중함과 대상어의 사랑으로 대부분의 앵글러들은 배스를 잡으면 그 곳에 다시 릴리즈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간혹 사람이나 애완동물을 주기 위해 가져가는 경우가 있긴하다. 하지말아야 할 짓은 잡은 배스를 길바닥이나 논바닥에 그대로 버리는 것은 자제했으면 한다.
8. 배스를 먹을 수 있을까?
배스는 가난했던 70년대 시절에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용의 목적으로 수입해온 외래어종이다. 배스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맛도 좋아 깨끗한 물에서 잡은 배스는 좋은 음식의 재료가 된다. 하지만 내륙지역의 민물은 대부분 오염되어 있기때문에 파라호나 기타 산골에서 잡은 것이 아닌 이상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환경오염에 따라 중금속 등의 수치가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9. 왜 포인트는 공개하지 않는 거지?
많은 사람들이 초보시절 포인트와 구체적인 잡은 방식을 인터넷에 공유한다. 초보는 자신이 공유하는 것만큼 타인도 공유해주기를 바라겠지만, 통상 시간이 갈수록 구체적인 것을 공유하지 않는 쪽으로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이는 배스앵글러 인구가 점점 늘고 있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공유를 통해 손해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박난 포인트를 인터넷에 올리면 순식간에 포인트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방송에라도 나오는 날엔 쑥대밭이 되기 쉽상이다. 버리고 간 쓰레기에 몸살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한한 자원이기때문이고 나눌 수록 이익을 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과가 귀한 마을에서 사과나무를 발견해서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면 순간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겠지만, 곧 그곳의 사과는 없어지게 된다. 물론 내년에 다시 사과는 열리겠지만, 사과를 먹고 싶은 사람은 또 다른 사과나무를 찾아야하고, 이는 적지 않은 비용과 수고가 발생하기때문이다. 생각보다 포인트를 찾는 시간과 비용은 적지 않기때문에 어지간히 마음넓은 사람이 아니면 소수의 지인에게 공유하는 것 이상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배스를 잡는 방법은 공유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하나의 레저문화로 발전하는 것은 올바른 모습이겠지만 인터넷 등으로 널리 공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